제목 | [일반자료] 집짓기 성패를 결정짓는 설계 | 2015.11.24 (2639Hit) |
건축가 정할 땐 결혼상대 고르듯 설계 과정서 충분히 의견 개진을… 건축현장 자주 둘러봐야
집, 우주의 중심 우주의 중심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답은‘내가 살고 있는 집’이다.
그곳은 심신이 평안을 얻는 곳이고, 가족이 사랑을 나누는 곳이며, 자녀가 양육되는 곳이며, 무릎 꿇은 한 영혼이 신을 만나는 곳이다. 집은 현세의 삶이 우주의 축(軸)과 만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막상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집은 우주의 중심이기는커녕 고민의 중심이 된다. 땅을 사는 일부터 설계와 시공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별일을 다 겪다 보면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과 같이 초연한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집을 한번 지어보라고 했던가. 집 짓는 일이 어쩔 수 없이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요구하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점을 이해한다면 집을 짓는 과정이 보다 즐겁고 행복한 과정이 되리라 생각한다.
대지 정하기
대지를 고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땅을 고르려면 건축주 자신의 안목도 필요하지만 전문가의 조언도 요구된다. 건축가를 미리 정해 대지를 정할 때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나쁜 경우는 집을 지을 수 없는 땅을 사는 경우이다. 집은 ‘대지’라는 지목으로 지정된 땅에서만 지을 수가 있다. 그 땅이 대지인지 아닌지는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의 ‘지목’란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지’가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대지’로 ‘형질변경’절차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지가 아닌 경우 형질변경이 가능한지 관청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지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적공사에 의뢰하여 반드시 대지의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건축가 선택하기
건축가를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설계의 완성도가 집의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혼할 상대를 고르듯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건축가를 정했으면 신뢰하고 의지한다. 건축가를 선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건축가를 추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경우가 많다. 우선 쉬운 방법으로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최근의 주택이 소개된 책을 보고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직접 만나 대화를 해본 뒤 결정을 한다. 책이나 잡지에 소개된 정도의 건축가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건축가라고 보면 될 것이다. 가설계 주택을 지으면서 소위 ‘가설계’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가설계’라는 것을 해주는 건축가가 있다면 그 사람은 그리 신뢰할 만한 건축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설계’라는 방식은 계약하기 전에 설계안을 미리 보고 난 뒤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인데, 애를 낳아보고 마음에 들면 결혼하자는 제안과 비슷한 것이니 정상적인 건축가는 그런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설계 과정
설계는 건축가가 진행하지만 건축주와 건축가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서로 설계안에 확신을 가질 때까지 설계안을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주는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평면과 외관 등 전체 디자인이 확정되면 허가절차를 밟는다. 건축가는 허가도면을 준비하고 건축주를 대신하여 모든 허가절차를 대행하게 된다. 허가 뒤에도 건축가는 계속 도면을 준비하는데 이는 공사용 도면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때 구조, 전기, 설비, 조경 등 각 분야별 실시도면이 그려진다. 건축 분야에서는 평면과 단면의 상세한 도면뿐 아니라 창과 문, 조명과 천장, 계단, 외벽 등 각종 상세도면을 생산한다. 공사용 도면이 좋을수록 시공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정확한 공사비가 산출되어 분쟁의 여지가 없어진다.우리나라 건축주만큼 마음이 급한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설계는 한 달, 시공은 세 달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설계는 4~6개월 정도, 시공은 9~12개월 정도가 적절한 기간으로 생각된다. 전체 기간은 최소한 1년을 잡고 집 짓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설계, 감리비용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땅값과 공사비, 설계비가 가장 큰 항목이다. 그 중에 가장 적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설계이다. 그러나 집 짓기의 성패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 역시 설계이다. 그 렇다면 어디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한가. 당연히 설계이다. 그렇다면 설계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설계사무소마다 편차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인 설계사무소의 경우 대체로 공사비 10% 정도라면 설계 감리비로 적절한 지출이다. 건물의 규모가 큰 경우 그 비율이 5%까지 내려가지만 주택의 경우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설계, 감리비의 비율이 크다.
시공자 정하기
시공자는 복수로 추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택의 경우 규모가 작은 공사이므로 좋은 시공자를 만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건축가의 추천을 받거나 아니면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 건설회사 두 곳 정도를 고른 뒤 설계도에 의거한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한다. 견적 결과에 대해서는 건축가의 검토를 받는다. 공사비가 싼 쪽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공사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꼼꼼하게 견적을 하고 실적이 좋은 회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시공자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공사현장 방문공사는 시공자가 책임을 지지만 건축가의 감리에 의해 통제되고 조율된다. 좋은 시공자와 건축가를 만나 모든 일이 원만히 진행되더라도 집주인이 현장을 돌아보는 것은 여러 모로 유익하다. 공사 관계자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되고 집 짓는 과정을 지켜보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공사 과정에서 결정해야 하는 많은 사항들이 있다. 대부분 설계도면에 의거해 실행되지만 부엌과 욕실 등 건축주의 취향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하는 항목들은 해당 공정 시작 전에 충분히 협의한다. 자주 가고 자주 만나야 한다. 집을 짓는 일은 행복한 작업이다. 땅을 고르고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완공된 후에도 집을 가꾸고 유지하는 일을 취미 생활하듯 할 수 있어야 한다. ‘집 짓고 사는’ 일은 ‘집을 구입’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기쁨을 선사하니 이를 한껏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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