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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기사] 소형 건축 무면허 시공에 형식적 검사, 건설비리 기초 만든다(한국일보, 2014) 2016.01.07 (5466Hit)
    단독주택 200평·건물 150평 이하 허가 없이 맘대로 짓고 고칠 수 있어

    대부분 시공은 집장사들 몫으로

    설계도면 바뀌고 값싼 자재 쓰여도 건축주들은 하자보증도 못 받아

    미국 등은 기초·목구조·배선 공사 엄격한 현장 실사로 부실시공 차단

    "소형건축면허 만들어 운영하면 인력 활용에 세수 확대까지 될 것"

    조정구 구가건축 대표가 설계한 60평 집 앞에 시공자인 김갑봉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소장이 섰다. “소형 건축물은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되기 때문에 시공자가 자기가 일한 결과를 곧바로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지난 주에 나온, 기울어진 아산 오피스텔을 무자격 시공한 건축주는 원래 ‘집장사’였다. 그는 종합건설면허가 굳이 없어도 되는 소규모 주택과 건물을 짓는 일을 하다가 자신감을 얻은 뒤 건설면허를 불법대여해서 오피스텔 건축에까지 나섰다가 사고를 쳤다.

    소규모 주택과 건물은 아무나 시공해도 되는 현재의 규정이 무면허 ‘집장사’들에게 초법적 건축기회를 무한정 주고 그게 실력도 없는 이들에게 터무니 없는 자신감을 키운 결과가 아산 오피스텔 붕괴로 이어진 셈이다. 알면 알수록 황당해서 기겁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건축_건설의 실상이다.

    무자격자가 마음껏 지어도 되는 집이 있다고? 있다. 한국에서는 적법이다. 그렇다고 작은 집도 아니다. 연면적(여러 층으로 된 공간을 평지에 이어 붙였을 때의 면적)이 단독주택이라면 200평, 일반건물이면 150평 이하의 건축은 건설면허가 없어도 지을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41조는 ‘연면적이 661제곱미터를 초과하는 주거용 건축물’’연면적 661제곱미터 이하더라도 주거용 공동주택’ ‘연면적이 495제곱미터를 초과하는 주거용 외의 건축물’의 신축과 대수선은 건설업자가 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게 바로 달리 말해 200평 이하의 단독주택, 150평 이하의 건물은 건축주가 마음대로 짓거나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세대주택은 공동주택이지만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이어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다가구주택 역시 해당이 된다.

    200평 정도 되는 단독주택이나 150평 이내의 건물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아파트 45평형이 실평수는 37평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넉넉하게 건설되는 단독주택조차 부부가 살 때 30평 이내, 자녀들까지 4인 가구가 살 때 60평 이내면 충분하다고 보니까 200평만 해도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더구나 건축관련 법에서 200평(일반 건물은 150평)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하는 공간만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락방이나 지하실까지 포함시키면 실제로는 200평(또는 150평)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지어진다는 말이다.

    법적으로는 건축주가 지을 수 있다고 하지만 주택을 건설할 능력을 가진 건축주는 거의 없다. 결국 건축주 시공은 형식 뿐, ‘집장사’로 불리는 건축 브로커가 관련 건설업자와 인부들을 모아서 집을 짓는다. 관청에 허가받기 위해 필요한 설계도면은 역시 돈을 조금만 받고 대충 해주는, 생각없는 건축사들에게 싼값에 구해 온다. 날림으로 짓고 업자들이 떠난 뒤에 건축하자가 수두룩하게 발견되어도 형식적으로는 건축주가 직접 시공한 것이 되기 때문에 따지고 수리받을 수도 없다.

    제대로 집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된 건축가들이 설계한 소형주택만을 까다롭게 시공하여 새건축사협의회 건축명장으로 지정된 김갑봉 스튜가목조건축연구소 소장에게 집을 짓는 과정을 들으면서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김 소장은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는 특이하게 설계가 아니라 시공 전문가가 된 이다.

    집 짓는 데 가장 먼저 하는 공정은 콘크리트로 기초를 만드는 일. 그러나 그에 앞서 기초가 되는 터가 단단하고 평평한 곳인지 살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지라도 경사진 땅을 메워서 만든 곳일 경우 메운 부분의 땅은 다져지지 않아 거기서 침하가 일어날 수 있다. 제대로 다지고 기초를 만든다. 전체가 평지지만 논바닥을 메운 곳은 하부까지 기초파일을 먼저 박아줘야 한다. 기초가 약하거나 조금이라도 기울어질 경우 나중에는 집이 기울거나 금이 가서 결국에는 무너진다.

    기초가 만들어지면 골조를 만든다. 콘크리트 집이면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붓고 목조주택이면 목재로 골조를 만든다. 지붕을 올린다. 창문을 끼운다.

    전기 전화 인터넷 같은 전기설비와 수도 보일러 같은 기계설비 등 내부 배관 작업을 한다. 경골목구조 집이면 단열재로 유리섬유를 배관과 전기선 사이에 채운다. 석고보드로 집 안쪽 벽채를 만든다. 그런데 이때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유리섬유와 석고보드 사이에 기밀(氣密)막을 두는 것이다.

    “목조건축은 이음새가 허술해서 공기가 잘 통과한다. 그걸 막기 위해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는 기밀을 잘해야 한다. 콘크리트 건물은 콘크리트를 타고 외부 냉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열교(熱交)를 막아야 한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내외부 온도차가 커지면서 결로현상이 생기고 습기가 단열성분재를 적셔서 단열성분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썩거나 인체에 해로운 검은 곰팡이가 생기기도 한다”고 김 소장은 설명한다. 기밀막은 유럽에서 쓰는 가변형 방습지와 캐나다에서 활용되는 비닐막 등이 주로 쓰인다. 콘크리트의 열교를 막는 법으로는 드라이비트를 밖에 덧붙이는 방법이 있는데 드라이비트로 감쌀 수 없는 옥상이나 베란다를 통해 냉기가 들어오는 것은 막지 못한다.

    이렇게 기본 설비를 다 하고 나면 마감 작업이 이뤄진다. 욕실이나 바닥, 주방 문짝 마루 등이 이뤄져 집이 완성된다.

    건물이 완성되면 건축허가를 받은 지방정부에 사용검사를 신청한다. 사용승인이 나야 등기가 가능하다. 사용검사는 지자체에 등록된 건축가들이 순번제로 나와서 하고 있으나 형식적이다. 설계도면과 얼추 외형만 갖추면 허가가 난다. 지난 번 기사에 독자들이 올린 댓글을 보면 ‘지정한 건축자재를 쓰지 않고 물방울이 맺히는 데도 그냥 통과’ ‘(집장사가) 설계도면을 마음대로 바꿔서 집을 짓고 있는데 하소연할 데도 없다’거나 ‘사용승인 받게 해주면 될 텐데 뭘 그리 따지느냐는 소리만 (집장사한테) 들었다’는 진짜 건축주들의 하소연이 가득했다. 지방으로 가면 관청과 유착한 집장사들이 많아서 이런 일은 더더욱 흔해빠져서 문제 삼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러니 제대로 기초를 닦고 단열을 하고 100년에 한번 날까 싶은 재해까지 감안하면서 지어지는 집, 당연히 그래야 하는 안전한 집이 귀하다.

    2010년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낸 ‘건설공사 시공자 제한규정의 합리적 개선방안’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건축물량은 연간 15만호 내외로 전체의 30% 수준이며 아파트를 제외하면 주택건설 물량의 70%나 된다. 아파트 건설물량이 줄고 단독주택 신규 건설이 커진 현재는 이 비율은 더 커졌을 것이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2009년 기준으로 비주거용 건물은 평균 건축연면적이 453㎡이라서 절반 이상의 건물에서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에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더니 건축주가 직접시공한다고 서류상으로는 되어 있는 것 가운데 90% 이상이 불법 도급 시공됐고 무면허업체가 도급한 경우가 35.7%였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충 짓는 집이라고 더 싸게 짓는가. 기초 터 확인작업은 물론 기밀막까지 만들면서 제대로 된 집을 짓는 데 드는 시공비를 업계에서는 평당 500만원선으로 잡는다. 반면 ‘집장사’집은 자재에 대한 소개도 없이 평당 300만원으로 광고하지만 막상 공사에 들어가면 계속 내용이 바뀌면서 결국에는 이 정도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이 손놓아 버린 현실에서 돈은 돈대로 들고 문제 많은 집이 마구 지어지고 있다.

    한국목조건축협회는 전반적인 단독주택 수준이 떨어질 경우 주택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질 것을 우려해서 2010년에 자발적으로 목조주택 품질인증제도를 만들었다. 150만원의 실비를 받고 목구조와 외피, 단열재가 제대로 됐는지를 사전 검증과 2회 현장답사로 판정해준다. “자신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한 업체들이 이 품질인증제도에 도전했는데도 70% 정도만 심사를 통과했다”고 이 협회 기술위원장이기도 한 김 소장은 전한다. 그는 1년에 1만동 정도의 목조건축이 착공되는 반면 20동 정도만 검증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3단계로 건축 공정을 감독한다. 첫째 기초공사, 둘째 목구조 공사, 셋째 배선공사로 매 단계마다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가 현장에 나와 실사를 하는데 그들로부터 인증서명을 못 받으면 다음 단계 건축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한국에는 물론 이런 과정이 전혀 없이 오직 완공 후 형식적인 사용승인 특검만 있다.

    허울 뿐인 건축주 시공은 탈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건축주 본인이 시공을 한다는 이유로 공사비에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업자가 하는데도 업자가 받아가는 공사비에 세금이 안 나온다. 업자와 건축주는 별개인데도 형식적으로는 한 사람이니까 하자보증도 받을 수 없다.

    지방에서 지역 재생작업을 하면서 숱한 건축비리와 문제점들을 목격한 주대관 (액토건축 대표) 문화도시연구소 대표는 “불법이 당연시되는 단독주택과 소형건물의 무면허 시공에서 모든 건축 비리의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모든 시공업무에 책임자를 지정해주는 것으로만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형건축이라고 무면허로 아무나 지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소형건축면허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종합건설면허는 자본금이나 사무실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력이 있고 건축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되려 사장시키고 있다. 건축과를 졸업했거나 관련 업무에 오래 종사한 이들로 시험을 거쳐 자격 있는 이들에게 소형건축 시공면허를 발급하고 그들이 현장감독을 맡아 소형건축 시공을 책임지게 한다면 소형 건축물의 품질도 높아지고 심지어는 세금수입도 확보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집장사라도 제대로 된 집장사라면 이 면허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고 온국민의 주거환경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소형건축 시공면허제가 만들어지면 부가세 10%라는 추가부담이 건축주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김소장은 “전체 공정에서 이미 부가세를 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현재보다 6% 내외만 더 내면 될 것”이라면서 “그 덕에 사회 전체가 건전해지고 개인으로는 하자보수도 받을 수 있다면 큰 비용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출처: 한국일보, "소형 건축 무면허 시공에 형식적 검사, 건설비리 기초 만든다", 201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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